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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혁 "韓 해운업 '규모의 경제' 눈앞…내년 하반기엔 부활 자신"

[서경이 만난 사람-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대형선 20척 순차적 인도로 선복량 2배 가량 늘어

현대상선, 해운 공룡과 경쟁 가능…흑자 전환 기대

'자율운항 선박' 도입, 유럽 등 5개국과 플랫폼 개발도

수산업에도 4차산업혁명 맞춰 스마트기술 보급 추진





“한진해운이 쥐고 있던 영업망만 팔아도 수조원은 받았을 겁니다. 하나 남은 현대상선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그만한 선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니 피해를 회복하는 게 쉽지는 않죠. 다만 위기 때 과감한 투자에 나선 덕에 반등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면 현대상선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해양수산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문성혁 장관은 한진해운 얘기로 무겁게 입을 뗐다. 세계 6~7위를 다투던 한진해운이 무너지면서 한국 해운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하지만 문 장관은 한국 해운업이 바닥을 치고 내년이면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불황을 뚫어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춰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 문 장관은 임기 내 해운업 반등을 이끄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해운업에 접목해 미래 시장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대담=황정원 경제부 차장 garden@sedaily.com



문 장관은 1등항해사 출신으로 30년 넘게 해운 산업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는 “지금은 얼마나 비용을 낮추는가에 해운사의 성패가 달린 시대”라고 진단했다. 세계 교역 둔화로 물동량에 비해 선박이 많은 만큼 현재 해운업은 운항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몸집을 키워 운임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선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문 장관의 판단이다. 문 장관은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는 컨테이너선 대부분이 1만3,0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였을 때 1만8,000TEU 선박을 주문해 운임을 낮출 수 있었다”며 “머스크의 운임 수준을 감당하지 못한 다른 선사가 무너지면서 머스크가 해운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선박을 확충한 주요 글로벌 선사들의 단위당(1TEU) 원가는 적게는 849달러로 현대상선(997달러)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각종 자구 노력에도 현대상선이 18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문 장관은 내년 한국 해운업의 부활을 점치고 있다. 정부의 해운 재건 계획에 따라 대형선 20척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현재 52만TEU 수준인 선복량(적재능력)은 새 선박들이 나오면 100만TEU까지 불어난다. 한진해운 사태 이전 규모를 회복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 항로에서 해운 공룡들과 경쟁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를 갖추는 셈이다.

배가 증가하는 만큼 화물을 채우지 못하면 빈 배가 늘어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다만 문 장관은 글로벌 해운동맹을 활용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상선은 올 7월 세계 3대 해운동맹 가운데 하나인 ‘디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대상선의 배가 비어 있으면 동맹사의 짐을 싣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우면서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게 됐다. 문 장관은 “디얼라이언스 가입은 취임 후 얻은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며 “화물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우수 선화주 인증제’ ‘종합심사낙찰제’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한국 해운업의 위상을 돌려놓는 동시에 ‘자율운항선박’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도 적극 도입하겠다고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 한국산의 비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문 장관은 “다른 나라들은 일찌감치 해양수산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데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선박 부문에서도 자율주행기술 등이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를 위해 각국과 통신망을 통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통신체계가 촘촘히 연결되지 않으면 자율운항선박은 ‘국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스웨덴·덴마크 등 5개국과 ‘국제정보공유체계(MCP)’를 구성해 24시간 끊김 없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화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모든 운항정보를 선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기술도 개발해 국제표준을 선점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장관은 수산업 전 과정에도 스마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원관리형 어업 관리 시스템 개발·보급 △스마트 양식 개발·보급 △스마트 유통·가공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아울러 해양 환경·재해·안전 분야에도 △해양쓰레기와 항만 대기오염 관리 플랫폼 구축 △해양 재해 예측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 △스마트 기술·장비를 활용한 선박의 안전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장관은 일본이 7월 수출규제를 시행하면서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것과 관련해 “양국 간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한일항로 여객선 탑승객이 급감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8월부터 두 달간 양국을 오간 승객은 8만6,3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만6,479명)보다 80% 가까이 급감했다. 문 장관은 “국적 해운선사들의 어려움이 없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에서 해운선사를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부산항 여객터미널 입주 업체에도 시설 임대료를 연말까지 60% 감면하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한일 어업협정이 표류하면서 어민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이 우리 연승어선(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고기를 잡는 배)의 불법어업을 문제 삼아 갈치잡이 어선을 기존보다 3분의1수준으로 줄이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이 반발하면서 양국은 4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어민들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갈치를 잡지 못하고 동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역에서 원정 조업을 하는 실정이다. 동중국해 조업 시 유류비 등 출어 경비가 2~3배나 더 든다. 문 장관은 “일본 측과 협상하기 위해 물밑작업도 해봤지만 최근에는 과장급 실무협의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문 장관은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장관은 “일본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필요는 없다”며 “어선 감척 등을 통해 일본 어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어장을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대체 어장 개발 예산을 757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올려 잡았다.

문 장관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 여론전을 통해 압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해수부는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리는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회원국에 알리고 국제적으로 공론화한 바 있다. 문 장관은 “ 런던협약·의정서는 선박 등 해양에서의 폐기물 투기를 관리대상으로 규정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같이 육상에서 해양으로 직접 배출하는 경우에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왔다”며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계속 제안하면서 올해 총회에서 중국과 칠레도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리=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58년 부산 △1981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및 동 대학원 △1992년 영국 카디프대 대학원 항만경제학박사 △1987년 현대상선 1등항해사 △1998년 한국해양대 교수 △2003년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2005년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2008년 스웨덴 세계해사대학교 교수 △2019년4월~ 해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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