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거시경제 투톱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문제를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5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를 통한 신년사에서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의 쏠림,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하며 유동성을 세심히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서민 경기는 안 좋은 상황이지만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부동산은 급등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아직 코로나 위기가 현재진행형임을 감안해 추후 금융 지원 정상화 과정에서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융권·산업계와 소통하며 ‘질서 있는 정상화’를 고민해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금융 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 만큼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되 단계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충격이 한창이라 지원을 이어나가야겠지만 계속된 유동성 공급으로 한계 기업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으므로 점진적인 조치를 검토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되 금융 안정 유지와 혁신 성장 지원, 신뢰 회복을 통해 경제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가계 부채의 누적, 경기침체로 인한 한계 기업의 누증,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어려움 가중 등이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권 전반에 걸쳐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통해 위기 시 복원력을 높이는 한편,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범금융 신년 인사회는 매년 초 6개 금융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해 금융회사 대표,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 1,300여 명을 한자리에 초청하는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하고 주요 인사 발언만 배포했다. 홍 부총리는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의 성패는 취약 부문의 회복 속도와 강도에 달려 있다”며 “(금융권에) 비 올 때 우산을 제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 총재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이번 기회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재설정한다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원장은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 2021년은 명실공히 금융소비자보호의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제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경영 목표 가운데 하나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는 금융권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금융 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태규·조지원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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