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사진) SK E&S 부회장이 “탄소 중립, 에너지 대전환 시기에 걸맞은 대대적인 에너지 정책 설계 작업(Grand Architect)이 필요하다”며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 업계가 이를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책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너지 업종이 주로 탄소 배출 규제 대상에 놓였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업계 상황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 부회장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민간 에너지 업체들이 힘을 합쳐 각국의 탄소 중립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부회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에너지 얼라이언스 초대 의장에 공식 추대됐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민간 에너지 기업 연합체다.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인 SK E&S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DL에너지, E1,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현대자동차, 효성중공업, 현대경제연구원이 초대 멤버로 참여했다.
유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탄소 집약도가 높은 업종에 산업이 집중된 구조”면서 “이러한 산업 구조를 적극적으로 진화(Evolution)시키지 않으면 개혁(Revolution)돼 버린다”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좌초 자산 규모가 세계 1위이고, 고탄소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411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회장은 “에너지 업계가 정부의 정책 입안을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동의한다는 전제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지 제안하는 것이 에너지 얼라이언스의 목표”라며 “해외 유수 기관과 오피니언 리더,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어느 정도의 속도로 하고, 세부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해 업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석유·석유화학·액화석유가스(LPG) 등 개별 협회나 업체들 차원에서 대응을 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어떻게 정책이 마련돼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제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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