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전 분기보다 2배 많은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에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서 수탁수수료,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 자기매매손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탁수수료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향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빠져나가면 증권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57개사의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지난 10~12월보다 1조 5,870억 원(113.2%) 늘어난 2조 9,888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 1~3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4%로 나타나 지난해 1분기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17.4%에 달한다.
수수료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1분기 증권사 57곳의 수수료수익은 4조 5,479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4.5% 늘었다. 수탁수수료로 2조 5,216억 원을 벌어들이면서 전 분기보다 36.1% 증가한 것이 수수료수익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국내·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유가증권 거래대금은 1,183조 원에 달하며 전 분기보다 32.9% 늘었으며, 외화증권 결제대금도 같은 기간 75.3%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증권사 순이익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활황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도 전 분기보다 20.9% 늘어난 3,319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는 지난 4분기에 비해 5.5% 늘어난 데 그쳤다.
증권사의 자기매매손익은 전 분기보다 59.8% 늘어난 1조 8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식관련이익(153.2%), 채권관련이익(414.8%)이 모두 증가했다. 외환·대출·펀드 등 기타자산손익은 1조 5,610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 4분기보다 2.4%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증가세와 함께 수탁수수료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36.5%에서 올해 1분기 55.4%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2020년 이후 수탁수수료 규모 확대로 수수료수익 중 IB와 자산관리 부문의 비중은 줄어들고 수탁수수료에 편중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주식시장 침체, 대내외 경기불안 등에 따라 투자자가 이탈할 시, 증권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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