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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집값 잡을 수 있다는 건 착각…허공에 공포탄 쏘는 격” [청론직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투기꾼·실수요자 구분 불가능…‘핀셋증세’ 빗나간 화살

종부세 12단계 누진제…세계 유례없는 기형적 징벌과세

차기정부 개편 우선 순위는 부동산세 정상화·세원확충

세율 인상은 최후 수단…지출 조정과 비과세 정비 먼저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투기적 수요는 세금이 아닌 충분한 공급에 의해 해소된다”며 “차기 정부는 조세정책 우선순위를 세입 기반 확대와 부동산 세제 정상화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욱 기자




조세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대책 발표 때마다 약방의 감초로 동원되면서 누더기로 변질된 채 징벌의 수단이 돼버렸다. 양도소득세는 ‘양포세(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복잡해졌고 보유세는 재산세 4단계, 종합부동산세 12단계(기본 세율+중과세율)의 중층 세율 구조로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 누진 세제로 전락했다. 금융 투자 세제는 지난해 ‘냉온탕’을 오가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훼손하기도 했다. 가을 정기국회에서도 부동산 세제는 또 달라질 공산이 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정이 투기 억제를 명분 삼아 조세 원칙을 훼손하고 조세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핀셋 증세든 표적 과세든 그 화살은 과녁을 맞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강화가 매물 잠김 현상을 낳고 있다.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지만 양도세 중과세가 대체로 집값 안정에 역행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매물이 잠기거나 증여로 인해 실수요자의 입지가 되레 좁아진 게 지금의 현실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중과세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당정이 양도세 중과의 부정적 효과를 모르지 않을 텐데.

△합리적 정책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신념과 이념이 작용했다.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해 국민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불로소득의 현금화를 용인하는 것은 막대한 시세 차익에서 소외된 계층의 박탈감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금 처방으로 투기적 수요를 눌러 집값을 잡을 수 있는가.

△투기적 수요는 세금이 아닌 충분한 공급에 의해 해소된다. 과세 강화의 한계는 명확하다. 부동산 세제는 투기꾼만 겨냥하는 ‘표적 과세’ 대상이 못 된다. 표적 과세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마약과 담배·술 등에 정당화되고 유효성도 있다. 실수요자와 투기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허공에 공포탄을 쏘는 격이다. 일시적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겁먹겠지만 항구적인 세제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안다. 우리만의 경험칙이 아니다. 영국 석학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세제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토론했는데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결론은 짧은 기간 집권하는 정치 세력이 조세로 시장의 움직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국민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양도세 최고 세율이 75%다. 소득세의 누진제 취지를 고려해도 과도한 것 아닌가.

△세제는 징벌 수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금은 몽둥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다.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면 양도 차익 절반 이상 환수는 곤란하다. 종부세 최고 세율 6%는 유럽 부유세보다 높은 징벌적 과세다.12단계의 누진 구조는 말이 안 된다. 주택 보유 수까지 과세 기준으로 삼다 보니 서울과 지방의 수평적 형평성도 어긋난다.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편익에 비례해 과세하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해외의 보유세는 단일 세율이 기본이다. 해외의 누진세 사례는 세르비아와 브라질(상파울루 주정부) 정도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 3종 세트를 일제히 인상하는 내용의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유세 실효세율이 해외에 비해 낮다는 주장이 있는데.

△단순 비교할 게 못 된다. 예컨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수는 선진국과 거의 비슷한 반면 부동산 총액 대비 보유세수는 낮은 편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달라진다. 고가 주택의 실효세율은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 중위 주택은 낮은 편이고 저가 주택은 거의 바닥권이다. 실효세율이 낮다는 것은 ‘평균의 함정’이다. 보유세 부담을 해외와 비교해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보유세인 종부세와 재산세를 일원화해야 하지 않나.

△조세 합리화 차원에서만 본다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치고 세율은 두 세제의 중간쯤으로 설정하는 게 적당하다. 하지만 종부세 폐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 때 종부세 부담을 낮췄지만 폐지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종부세 폐지=부자 감세’라는 왜곡된 프레임이 너무 강하다. 10~20년 흘러야 가능하다고 본다.

-양도세는 ‘양포세’로 부를 정도로 너무 복잡해졌다.

△조세는 형평성과 효율성·투명성 3대 원칙이 있다. 양도세는 워낙 자주 바뀌는 데다 매우 낮은 수준까지 세밀하게 규제해서 가장 복잡한 세금으로 전락했다. 복잡하다는 것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조세는 단순할수록 납세자의 순응 비용과 당국의 징세 비용이 덜 든다. 이대로 방치하면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고 정책 집행의 충돌과 혼선이 우려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혁파’ 수준으로 복잡성 해소에 나서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세부담 격차가 너무 심한데.

△조세는 원칙적으로 자원 배분에 대해 중립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이나 주식 차익은 모두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인데도 세 부담 격차가 너무 큰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런 조세 원칙은 조금은 한가한 얘기다.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 제어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격차가 너무 크니 부동산 쪽은 낮추고 금융투자는 올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상황 논리에 따라 조세 정책이 춤을 춘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투기 잡겠다고 계속 강화하고 주식은 되레 후퇴했다. 주식 양도세 비과세 범위를 양도차익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늘린 것은 금융투자 소득세 정상화와 공평 과세 원칙에 역행한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반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세법이 달라져 버렸다. ‘대통령 찬스’ 아닌가.

-법인세 최고 세율이 현 정부에서 25%로 올랐다.

△이익을 많이 낸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복지 재원으로 쓴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법인세 정책은 재분배 수단이 아니라 경제 효율성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노동(소득세)과 자본(법인세)은 구분해야 한다. 자본은 대형화할수록 효율성이 높다. 법인세는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왜곡이 가장 심한 세금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상품 가격이 올라가고 일자리와 투자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인세는 오너가 내는 세금이 아닌데도 기업을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 증세’ 프레임 속에 법인세가 계속 올랐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사전 예약자들이 ‘이건희 컬렉션’을 관람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 사전 발표에서 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일주일도 안 돼 철회했다. /연합뉴스


-삼성 오너 일가의 상속세 부담액(12조 원)이 알려지면서 상속세 개편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나라 상속 세제는 세계적으로 유별나다. 세율(50%)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주주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과세도 문제다. 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업 승계의 활성화다. 가업 승계가 독일과 일본에서 매우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편협한 상속세 틀에 갇혀 유명무실하다. 대기업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중소기업처럼 가업 승계 공제 혜택을 줘야 하고 대주주 할증 과세는 폐지해야 한다. 가업의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일자리와 기업 경쟁력 측면을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상속세가 더 이상 대자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이 현실화했다. 세원이 넓어지면 과도한 세율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실거주 1가구 1주택 상속세는 당장 현안이 된다.

-복지 지출이 증가 일로다. 차기 정부에서는 증세론이 나오지 않을까.

△증세론은 차기 정부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증세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현행 복지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답은 증세밖에 없다. 무턱대고 증세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최대한의 지출 구조 조정이 우선이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결국에는 세입 기반 확충, 다시 말해 증세다. 세출 구조 조정도 못 하고 증세도 실패하고 국가 부채에 의존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러면 재정이 무너진다.

-증세가 꼭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증세의 출발점은 비과세·감면을 축소·폐지하는 것이다. 세율 인상은 후순위다. 굳이 세목을 꼽는다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증세할 여지가 있다. 소득세 증세는 근로소득과 자본(금융 투자, 부동산 임대)소득의 각종 공제를 줄이거나 세율 구간 조정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다음이 부가가치세다. 영세율 같은 각종 공제 제도부터 줄여야 한다.

보유세의 자산가격 조정 이론 왜 안 통하나


‘조세의 자본화’ 약발은 경쟁 시장 국한

강남은 공급 부족 속 독점적 지위 형성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경제DB


경제학 교과서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보유세는 자산 가격을 조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조세의 자본화 효과’라고 부른다. 자본화는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개념이다. 가령 과세표준 10억 원인 주택에 1%의 보유세를 매긴다고 가정하자. 보유세율 1%인 연간 1,000만 원의 세 부담은 연 5%의 이자 비용으로 역산하면 2억 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주택의 시장가격은 자본화한 조세 비용을 뺀 8억 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부동세 중과세율을 두 배 올려도 현실은 딴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세의 자본화 효과는 공급과 수요가 충분한 경쟁적 시장에서 나타난다”며 “서울 강남은 사실상 공급자(집주인) 독점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 공급은 규제로 막혀 있는 반면 수요는 넘쳐난다. 교육·의료·상업 시설 등이 강남에 집중되면서 독점적 지위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당국이 보유세를 올리면 교과서대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의 과도한 인상은 충분히 경쟁적인 지방에서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He is…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훔볼트대 연구 조교수를 거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재정연구팀장을 맡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세수추계팀장과 조세분석심의관 등을 지낸 뒤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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