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할지를 두고 노동자들과 벌여온 6,000여억원대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일시적이거나 예견 가능했을 경우엔 노동자들의 요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기업 소송에서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A씨 등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 정기상여금 600%와 연말특별상여금 100%, 명절상여금 100% 등 총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지 여부와 노동자들의 요구가 민법상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며 노동자쪽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에서는 명절상여금을 제외한 정기·연말특별상여금 700%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며 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소급분을 줄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기거나 회사 존립이 어려워지므로 따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1심 판결에 따라 회사가 지급해야 할 임금 소급분이 약 6,300억원이라고 봤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3분기 연결영업이익액(747억원)의 약 8.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도 노동자들 편을 들어줬다. 2심에서는 “회사가 통상임금 소급분 868억원을 감당하기는커녕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재무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일부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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