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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새 대통령 의지와 컨트롤타워 중요…기술 초격차로 ‘게임체인저’ 돼야

◆과학기술 초격차 위한 차기 정부 과제

여야 후보, 과학기술 비전·미래 먹거리 육성 고민 부족

자칫 추격형에 머물고 최악 땐 후발국에 추월당할 수도

국가 백년대계 차원, 연구개발 대혁신·기술 사업화 필요

한미 과학기술동맹 구축...‘기술기금’ 조성 등 협력 강화를





고광본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이 복구되고 글로벌 무역 환경도 호전된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 개발과 경제 전반 적용·확산에 순풍이 분다. 기업과 근로자, 사회 구성원 모두 기술 혁신의 혜택을 누리면서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우려와 저항이 사라진다. 기술 혁신은 교육 개혁을 동반해 문제 해결에 창의성을 더 발휘하게 한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적잖은 부담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신산업 기회가 열리며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디지털 전환과 지능화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혁신적인 교육·재교육·평생학습,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으로 해결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우리나라가 ‘게임 체인저’로 변화했을 경우를 가정해 그려본 2040년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물론 미중 패권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탄소 중립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이 계속 포퓰리즘 늪에 빠지고 과학기술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제로 성장’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박 부회장은 “더 이상 추격 국가가 아니라 미래를 선도하고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추월의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이 추종자·추격자가 아닌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수많은 혁신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추격형에 머물거나 최악의 경우 혼란과 침체를 겪다가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지웅 경희대 교수(미래혁신정책연구원장)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 중립, 생산가능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고도화하고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 양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시라도 미중 패권 전쟁의 심화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양국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 협력 체계가 가동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면서 후발국들에 추월당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미래산업전략실 설치시 현재(왼쪽)에 비해 추가적인 수행 기능(오른쪽) 비교. /자료=공학한림원


한국의 과거 실질 경제성장률 추이와 향후 전망 (시나리오별 추정치


◇기술 패권 시대에 ‘과학기술 초격차’ 고민 부족한 정치권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지적이다. 대선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후보와 가족의 의혹을 둘러싼 논쟁만 부각되고 여야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은 뒤늦게 과학기술 공약을 제시했으나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2일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과 2030년 달 착륙 프로젝트 완성,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 등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1일 “구글 정부,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만들겠다”면서 과학기술 전문가 고위직 배치,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했다. 다만 의사·과학자로서 창업 경험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한민국이 초격차 과학기술 분야를 5개 확보하면 삼성전자급의 회사를 5개 보유할 수 있고 세계 경제 5대 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를 통한 경제 강국 건설을 역설하고 있다.

여야의 유력 후보들은 과학기술 비전 및 추진 전략,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미세먼지·기후 위기 대책, 원자력발전·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학, 정부 출연 연구 기관, 기업의 연구개발(R&D) 혁신과 기업가 정신 고취, 초중고와 대학의 교육 혁명, 과학기술 관련 정부·청와대 조직 개편, 규제와 혁신의 충돌 조정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OECD 주요국과의 연구개발비 비중 비교(2019)


기술패권 시대 국가생존을 위한 ‘기술주권 확립’ R&D 전략


◇차기 지도자, 의지 갖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재정립해야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R&D 대혁신에 착수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산업 대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술 혁신 친화적인 제도 개혁을 본격화하고 정부, 정치권, 기업, 대학, 출연 연구소 등 사회 전반의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산업 대전환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혁명을 선도하고 원전 활용을 통한 한국형 탄소 중립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 개혁을 통한 ‘스타트업 천국’을 만들기 위해 개방형 혁신 국가로의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국가적 임무 지향·도전형 R&D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가최고혁신책임자와 국가최고기술책임자를 두고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3월 대선 이후 2개월 동안 정권 인수위원회 중심으로 정부 조직 개편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청와대에 ‘국가산업미래전략실’을 두고 교육부는 발전적으로 해체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는 창조적 파괴와 재조합을 하고 특허청은 지식재산처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다행히 글로벌 AI 경쟁력 지도에서 우리가 미국·중국 다음으로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며 ‘추월’ 차선에 들어섰다”며 “대전환의 속도를 높여 추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집념”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및 기업 규모별 DX, AIX 수준




◇한미, 과학기술 동맹 체제 구축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OSTP)을 강화해 내각 부처 수준의 지위를 부여하고 책임자를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이는 AI, 양자 컴퓨터, 가상현실, 블록체인, 재생 의료 등 첨단 기술력에서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AI, 5G·6G, 오픈랜(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의 단위별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개방·표준화), 양자 기술, 바이오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후속 조치로 정부 출연 연구 기관 등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만나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정부·민간 전체를 아우르는 기구로 격상하고 ‘국제기술협력기금’ 조성에 나서자고 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한미 양국이 그동안 양해각서(MOU)만 체결하고 끝내거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낸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해외와 협력을 추진할 때 MOU만 맺고 끝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미국 일류 교수들에게 과제 수행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R&D 투자비(내년 약 30조 원)의 5%가량을 미국 주요 대학이나 연구 기관 등과의 협력에 쓴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바이오·에너지 등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감염병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통합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지도자의 과학기술 육성 의지, 컨트롤타워 재정립, R&D 적극 지원 및 기술 초격차 확보, 기술 사업화 등이 어우러져야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살릴 수 있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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