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에서는 26일 연료비 조정 단가 인상 요인이 ㎾h당 최소 30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 단가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인상을 요구한 항목은 연료비 조정 단가다. 현 지침상 연료비 조정 단가의 상·하한 폭은 직전 분기 대비 ㎾h당 ±3원, 연간 ±5원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가 한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전기요금은 4월에 이어 다음 달과 10월에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 잡기가 급한 정부는 답답한 상황이다. 추경호(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떨어지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는 근본 원인이 해외발(發) 요인에 있어 상당 기간 고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추 부총리는 그럼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단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한국전력의 뼈를 깎는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한 것임을 거듭 밝혔다.
그는 “한전의 최근 적자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자성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자회사 매각, 성과급 동결 및 반납 등 자구책이 제시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사령탑으로서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공공 개혁을 위해 한전의 부실을 더 방치하기 힘든 딜레마적인 상황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 민영화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국민 전반에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전기·가스·공항 등에 대한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진행되는 공공기관 개혁은 공익성은 유지하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개편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대통령실과 부처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노동계·전문가들과 얘기해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부분의 유연성을 높이는 최적의 방안을 찾자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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