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예상대로 강경 모드였다. 8일 임시 국무회의 직후 곧바로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대상 화물기사는 1만 명이다. 이들 업종에서 2조 6000억 원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특히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강한 톤으로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단 운송 거부 장기화 시 최악의 경우 철강 분야에서는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가동에도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석유화학 공장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소요돼 막대한 생산 차질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생산 차질이) 9월 태풍 피해,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철강 산업과 글로벌 과잉 공급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나아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수요 산업의 생산 차질을 야기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추가 업무개시명령 대상은 철강 분야 운송사 155곳과 화물기사 약 6000명, 석유화학 분야 운송사 85곳과 화물기사 약 4500명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운행 정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운송이 잘 안 되는 철강·석유화학 분야 운송사와 화물차주 3000명 정도를 추렸다”며 “우선 이들 업체와 차주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강재는 전날 평시 대비 52%만 출하되며 출하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철강 적치율은 95%에 달해 이번 주 중으로 생산라인 가동 중단과 감산이 예상된다.
석유화학의 경우 수출 물량은 평시 대비 25%, 내수 물량은 75% 수준의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는 최소 15일이 소요되고 최소 일평균 1238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합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철강·석유화학 운송 거부자를 확인하고 있다.
시멘트는 업무개시명령 효과가 나타나면서 사실상 정상화됐다.
전날 시멘트 출하량은 18만 톤으로 평년 동월(18만 8000톤) 대비 96% 수준을 회복했다. 레미콘 생산량은 전날 35만 7000㎥로 평년 동월(50만 3000㎥) 대비 71% 수준이다.
전날 기준 139개 건설사의 전국 1626개 공사 현장 가운데 902곳에서 공사가 여전히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28개 현장은 공사가 재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 공급 부족과 타설 일정 조정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현장들의 공사가 순차 재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2시 기준 기름이 동난 주유소는 전국 78곳으로 6일보다 3곳 감소했다. 정유 출하량은 6일 기준 평시의 97%로 회복됐다.
주요 항만도 평시보다 많은 컨테이너가 반출입되며 원활한 물류 흐름을 보였다.
전국 12개 항만의 밤 시간대(전날 오후 5시~이날 오전 10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4만 9562TEU로 평상시보다 35% 많았다.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뜻한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율이 높아 그간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됐던 광양항의 밤 시간대 반출입량은 4014TEU로 평시보다 18% 많았다. 반출입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의 밤 시간대 반출입량은 3만 5678TEU로 평시 수준을 40% 넘어섰다.
국토부는 전날까지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시멘트 관련 운송사 30개와 차주 538명을 대상으로 업무 복귀 여부를 조사했다. 운송사 30개와 차주 495명이 운송을 재개했고 차주 42명은 운송을 재개할 의향이 있지만 코로나 또는 질병으로 즉시 재개가 어렵다고 소명했다.
전날 업무 미복귀자는 추가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복귀자는 6일 확인된 1명뿐이며 국토부는 이에 대해 관계 기관 고발과 행정처분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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