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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맥 못 짚는 지식재산 정책

이현호 성장기업부 차장





미국은 백악관에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집행조정관(장관급)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다른 기관에 있는 지식재산권(IP) 관련 정책 조정·집행 기능을 통합한 독립적인 중앙행정 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일본은 경제 재건을 위해 2002년 지재입국을 선언했다. 당시 총리 직속으로 컨트롤타워인 지재전략본부를 설치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본부장을 맡아 직접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강한 지식재산권 창출과 보호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대일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식재산 강국들은 지식재산 행정 체계를 통합하고 공격적인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해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 특허 분야 5대 주요국(IP5)이라는 대한민국의 어떨까.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한 지 1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장 현 정부의 국정 목표를 설정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 지식재산 정책 담당 분과가 어디였는지 살펴보면 우려는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2분과와 과학기술교육분과·사회복지문화·기획조정 등 4개로 나눠 밑그림을 그렸다. 정책 기능을 통합한 조직을 신설하고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챙기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법적 구속력과 예산 배분 권한이 없어 총괄·조정 기능 수행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대통령 소속 기관에서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결정됐다. 지재위를 지원하고 실무를 총괄하는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3개월째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다. 지식재산이 대통령의 관심 밖에 있는 탓에 IP 강국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지식재산 관련 정책은 특허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식물 신품종과 지리적 표시, 유전 자원 등으로 나뉘어 특허청과 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 등이 주관한다.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가 관련 지식재산에 대한 제각각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손발은 많지만 머리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 애플 사태 이후 우리의 지식재산 정책은 정확한 맥을 짚지 못하고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과학기술계에서 얘기하듯 단순히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정책 개혁의 중심에 대통령과 국회의 강력한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처럼 대통령실에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하는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신설하거나 일본처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 및 산업 시스템을 지식재산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12년간 우려가 높았던 국가지식재산 정책 시스템을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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