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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제부터 썩는 플라스틱까지…미생물의 무한변신 [사이언스]

[바이오 새 패러다임]마이크로바이옴-합성생물학 신세계

아토피 등 장내 미생물과 연관 커

항암제·자폐증 치료제 임상 진행

합성생물학 코로나 백신 개발 도와

의료·기후위기 해결 실마리 될듯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연관성. 출처=네이처리뷰스 개스트로엔터롤로지앤드헤파톨로지(2017년)




합성생물학으로 개발한 대장균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 사진 제공=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미생물로 치료제도 개발하고 바이오 연료·플라스틱 등도 만들고…’

미생물을 활용해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연구가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인류가 미생물을 활용해 다양한 발효식품 등을 만들어왔던 수준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한마디로 미생물의 무한 변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나온다=인체에는 대략 100조 개의 미생물이 있다. 세포보다 10배가량 많다. 미생물은 대사·면역·질병억제 등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항생제 오남용, 과도한 위생 의식, 인간 유대 관계 저하 등으로 인체 미생물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등에 실린 논문들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 비만·당뇨·심혈관질환·아토피 등 대사·면역 질환, 치매·뇌졸중·자폐증 등 뇌질환이 장내 미생물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대사·면역 질환 모델에서 발견되는 담즙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외부 미생물에 취약한 불안정한 구조로 변해 장 점막과 간 등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식이다. 장내 미생물 집단과 피부 미생물 무리가 건선 피부염증을 직접 조절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교감신경과 미주신경을 통해 말초신경과 중추신경계를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생태계의 합성)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미국 보스턴에 등장한 대변은행인 오픈바이옴이 건강한 사람의 대변 채집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에게 주입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등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는 “장내 미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영양·대사·면역, 질병 발달과 억제 측면에서 골고루 이해하면 질병 예방과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해 효과적으로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인해 장내 미생물의 20~40%만 배양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차세대 시퀀싱 기술로 전체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을 자연 그대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가 속속 등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세레스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장 질환 치료제를 4월 말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국내에서는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와 자폐증 치료제 등을 개발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와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건선, 염증성 장 질환, 천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합성생물학 잠재력 무궁무진=미생물을 활용한 대사공학으로 알려진 합성생물학 분야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과 공학을 융합해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것이다. 유전체 기반 기술 발전과 데이터 축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합성생물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쓰였고 유전자편집, 데이터 접목 바이오 R&D, 디지털 정밀 의료에도 활용된다. 원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화이트바이오 분야도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지기는 하나 급부상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플라스틱, 산업용 화학물질, 화장품, 의약품까지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과정을 보면 먼저 컴퓨터 가상 세포를 통해 대사 회로를 설계하고 관련 효소와 이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찾아 클로닝(인공적으로 부모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아이를 만드는 일)한다. 이어 고농도·고수율·고생산성을 위한 발효 공정과 분리·정제 공정을 개발한다. 합성생물학을 진화시키면 오염 물질과 독성 화학물질의 분해 경로를 조작해 유출기름·폐플라스틱·살충제·폐항생제 등도 높은 효율로 분해할 수 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연구부총장)는 “기후위기·환경오염·헬스케어, 식량·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성생물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미국·중국 등이 이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기술주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21년 ‘미국혁신경쟁법’에서 10대 핵심 기술에 합성생물학을 포함했고 바이오 제조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20년 합성생물학을 원천 혁신 촉진 강화 분야로 정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은 “합성생물학을 키우려면 미국·유럽·일본·싱가포르처럼 일종의 세포공장을 만드는 바이오 파운드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과 활용 기술 개발’ 예비타당성 검토가 지난해 무산되자 올해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절반가량으로 줄여 재추진하고 있다. 당초 예타안에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7434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연구처장)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해 합성생물학의 표준화·고속화·자동화를 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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