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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료기사 등 2만9000여명 파업 나설 전망… 의료공백 더 가중되나

■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초읽기

의료공백 자체가 배경… 해결 난망

아주대병원 등 전문의 사직 잇따라

수도권 응급실도 진료 제한 확산돼

추석연휴 앞두고 다시 '셧다운' 우려


국내 최대 산별노조 중 하나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2년 연속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참여 인원은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 등 전체 조합원 중 62개 병원 소속 2만 9000여 명에 달한다. 다행히 서울 ‘빅5’ 대형 병원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로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선 병원 응급실이 코로나19 재유행 속에 방문 환자가 급증한 영향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병원들은 이번 파업의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추석을 불과 몇 주 앞둔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닷새간 진행된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마무리했다. 전체 조합원 약 8만 2000명 중 35%인 2만 951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고려대병원·이화의료원 등 민간병원 31곳이 포함됐다. 빅5 대형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도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있지만 이번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파업으로 특히 간호사들이 현장을 이탈하면 체감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반년 넘게 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남은 의료진도 피로 누적으로 잇따라 사직하며 생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노조는 파업에 들어간다 해도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그대로 남긴다는 입장이다.

이미 응급실은 의료 공백 속 코로나19 재유행과 온열질환 급증으로 과부하가 걸렸다. 대한응급의학회 등은 지방부터 시작된 응급실 인력 유출에 따른 진료 제한이 최근 서울 및 수도권까지 번졌다고 전했다. 경기 남부 대표적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의정 갈등 전 15명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잇단 사직에 절반 수준인 8명까지 줄어들 판이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방문 환자 수 기준 전국 최대 수준이고 응급 환자의 중증도는 전국 1~2위를 오가는 대표적 응급의료센터다. 하루 평균 110~120명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으며 이 중 반 가량인 60~70명은 성인이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으며 현 근무 인원도 권역응급의료센터 법적 기준인 5명보다 많다”고 했지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도 전문의 1명이 사직했고 최근 1명이 더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이날 종합상황판에 흉부와 복부 대동맥 응급질환, 영유아 장중첩·폐색 치료, 사지 접합 치료 등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앞서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 등은 몇몇 과목의 진료가 제한된 상태다.



복지부는 “전체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1.2%인 5곳만 일시적 진료 제한이 빚어졌을 뿐”이라며 현재 응급실 파행이 일부 기능 축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통계는 통계일 뿐 응급의료기관이 적은 지역에서는 한 곳에서 진료에 차질을 빚으면 응급의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김인병 응급의학회 이사장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 응급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한 기존 환자 위주로 받고 있고 신규·전원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다”며 “9월이 되면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대거 쉬는 추석 연휴도 있어서 응급실 연쇄 셧다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3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호흡기센터에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의료기관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구=뉴스1


문제는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중요한 배경에 이 같은 의료 공백이 있기 때문에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사업장별 교섭이 타결되더라도 정부가 의료 일선 정상화를 조속한 시일 내 만들 수 있을지 불안감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지난해 이틀간 이어졌던 총파업이 올해는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여러 차례 의사의 현장 복귀와 정부의 해법 마련을 동시에 요구해왔다. 최희선 위원장은 14일 총파업에 앞서 결의대회를 열고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수련병원 중 75%가 비상 경영 체제”라며 “무급휴가 강제, 임금 체불, 업무 과중 등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앞서 5월 발표했던 입장문을 통해서도 “한 곳의 병원이라도 임금 체불이나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한다면 전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우려대로 병원들의 수익성이 올해 급격하게 악화돼 고용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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