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개가 껴도 군집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서는 독보적입니다. 독일 보쉬와 콘티넨털 같은 회사와 비교해도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력에서 우위가 뚜렷합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15일 경기 성남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자동차 시험 주행 코스 .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레저용 차량(RV), 소형 트럭 등 빨간 색 커버를 씌운 차량 10대가 줄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갓 생산돼 탁송 순서를 기다리는 신차 대열이 연상됐다. 이들은 차량 자체 센서가 아니라 도로나 사유지에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관제 시스템이 지시를 내려 일사분란하게 군집 주행을 한다.
이곳은 기업간거래(B2B) 자율주행 기술 기업 서울로보틱스가 이달 초 완공한 연구개발(R&D) 센터다. 주행 공간 곳곳에 8개의 라이더 외에도 카메라 센서가 설치돼 있다. 국내 자율주행업체 대부분이 차량 내부에 센서를 탑재하는 식으로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과 달리 서울로보틱스는 도로나 항만 등 공간에 라이다 등 센서를 설치해 수십대에서 수백대를 한 번에 원격 주행하게 하는 솔루션으로 특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자체 카메라 등 센서가 탑재된 신형 차량이 아니더라도 서울로보틱스의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차량이면 기존 차량들도 무인 자율 주행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도로 인프라에 있는 센서로 움직이다 보니 차량을 커버로 씌우고 움직여야 하는 신차 탁송 등 수요가 높다. BMW 등 차량 제조사의 생산 공장에서 탁송 등 군집 주행 서비스로 협업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서울로보틱스와 협업하는 데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사람이 직접 차량 탁송할 때보다 비용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서울로보틱스 관계자는 “협업한 기업들은 인건비를 포함해 운송 비용을 최대 90% 절감할 수 있어 만족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지프(JEEP)의 SUV 뒷좌석에 올라 타자 시속 5㎞ 남짓한 속도에서 차량은 자유자재로 후진을 시작했다. 가장자리 둘레를 일정하게 유지하다가 장애물을 피할 때도 능숙하게 코너링을 시현했다. 코너링 때 여러 번에 나눠 핸들을 돌리다 보니 끊어짐이 느껴져 승차감은 아쉬웠다. 다만 물류 이동이나 탁송 등에만 활용할 예정이라 승차감은 순위가 높지 않아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AI급 주차 능력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주차에 있어 10㎝ 이내 오차 범위를 자랑하는데 전면 주차의 경우 바로 각도를 계산해 단 번에 주차를 했고 후진 주차의 경우 세 번 정도 방향 조절 후 10초 안에 주차를 완료했다.
서울로보틱스는 장기적으로 상장 후에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규모”라며 “연내 상장 후 자금을 마련해 해외 경쟁사들을 인수합병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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