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사측에 기본급 인상과 함께 3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지난 11일 사측에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기아는 2023년 매출 107조 원, 영업이익 12조 6671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3조 8000억 원에 이르며, 조합원 약 2만 7000명을 기준으로 1인당 약 1400만 원 수준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삭제한 판결을 근거로 조합원 특별 위로금 2000만 원 지급도 요구했다. 해당 판결이 소급 적용되진 않았지만 실질적 보상을 위한 위로금 형태의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 조합원에게 이를 지급할 경우 총 5400억 원 규모다.
정년 연장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되는 점을 고려해 현행 만 60세 정년을 만 64세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현재 기아는 정년 퇴직 후 1~2년간 재고용하는 ‘베테랑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정년 자체 연장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근로시간 단축 요구다. 기아 노조는 주 4일제 도입, 현대차 노조는 주 4.5일제 시행을 각각 주장하며 사측과 협상 중이다. 새 정부가 주 4.5일제 및 정년 연장을 공약한 만큼 노조는 제도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제조업 구조상 근무일 축소는 생산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어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관세 재부과 가능성과 중국 전기차 업계의 수출 공세 등 대외 변수가 겹치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아 노사는 지난 2021년부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성과급·위로금·정년·근로시간 등 대규모 재정 투입과 제도 개편이 맞물리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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