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을 받으며 삼성의 바이오산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적 분할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10월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출범시킨다. 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에피스와 신약 개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신규 자회사를 둘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 연구개발(R&D)로 본격 확대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2022년 향후 10년간 바이오 분야에 7조 5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CDMO회사로 발돋움하고 삼성에피스도 미국과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며 업계에서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새로 출범할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업 가치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는데 이중 하나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보유 사실을 은폐해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의혹이었다. 에피스홀딩스 출범이 이번 판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지배구조를 둘러싼 신뢰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송도 11공구 첨단산업 클러스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바이오2캠퍼스를 넘어 바이오3캠퍼스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에피스 또한 다수의 국내 바이오텍들과 협업을 이어가며 신약 개발을 위한 포석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한 만큼 활기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오 투자에 힘을 보탤 이 회장의 향후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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