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5년 합병 문제로 시작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약 10년 만에 해소되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의 공격적 투자 DNA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심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된 후 약 4년 10개월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도 받았다. 선고 직후 삼성 측 변호인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이 회장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도 본격적인 재도약의 발판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한편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며 빅테크들과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내부 쇄신과 조직 정비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경쟁력 약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책임경영 강화를 겨냥한 등기임원 복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는 이 회장의 무죄 선고를 일제히 환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첨단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 해소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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