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로 불법 반입되다 적발된 총기·도검류 등 무기류가 3만 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용 타정총과 도검류의 밀반입이 급증하면서 무기류 관리의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세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관세청이 적발한 사회안전 위해 물품은 총 2만9210점으로, 전년(1만4757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타정총이 4358점으로 가장 많았고, 도검류는 321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타정총은 주로 건축 현장에서 못 등을 박을 때 사용하는 장비로, 화약 폭발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화약식 타정총은 수입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타정총 적발 건수는 전년(2252점) 대비 약 두 배 늘었고, 올해도 4월까지 5472점이 적발되며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총기 및 관련 부품 밀반입도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총기 본체 21점, 총기 부품 12점, 실탄류 357점이 적발됐다. 총기·실탄, 칼날이 일정 길이 이상인 도검류 등은 특정 기관·단체가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수입할 수 있기에 사실상 개인의 국내 반입은 금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21일 60대 남성이 자택에서 사제 총기를 사용해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현장에서는 타이머가 작동 중인 사제 폭발물도 발견되면서 총기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박 의원은 "사제 총기를 이용한 사망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총기·도검 등 위해물품의 밀반입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불법 무기류와 관련해 전방위 점검과 유통 차단·처벌 등 실효적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총기 제작 문제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1년 10월에는 한 40대 남성이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총기 부품을 밀수입한 뒤 이를 조립해 총기 12정을 불법 제작·보관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3년 3월까지 총 61차례에 걸쳐 부품을 해외에서 구매·반입해 이른바 ‘고스트 건’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스트 건은 고유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려운 불법 총기를 말한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 역시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2022년 7월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일부가 3D 프린터로 만든 수제품으로 밝혀지자 국내에서도 3D 프린터를 이용한 사제 총기 제작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에 앞서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21년 한국치안행정논집에 실린 논문 ‘3D 프린팅 총기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에서 "우리나라는 개인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총포 등 위해물질을 생산, 제조하는 것에 대해 규제하고 있지 않다"며 "3D 프린팅 모의 총기의 제작, 유통, 불법적 사용 및 밀수입이나 국외 불법 유입을 실제로 차단하고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담 기관을 만들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2022년 9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D 프린터 모의 총기 테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과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3D 프린터 업체의 생산 품목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윤 의원은 “3D 프린팅 총기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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