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팽팽하고 강력한 고가 피아노

콘서트용 스타인웨이 모델 D 그랜드 피아노는 무게가 500kg이나 나간다. 이것은 그야말로 악기이자 고급 가구이며 고성능 기계장치를 하나로 결합해 놓은 것이라 할 만하다. 건반에서 맨 뒤 돌출부까지의 길이가 273cm에서 약간 모자라는 긴 길이로 수작업으로 만든 기계 가운데 가장 복잡다단한 것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보다 더 복잡다단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포뮬러 1 경주용 자동차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맥라렌 포뮬러 1 레이싱 자동차가 거의 수작업으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제 얘기하려는 스타인웨이 D 모델 그랜드 피아노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옛날 수공예품의 진수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들이 뒤셀도르프에서 (그것이 파리였던가?) 맨 처음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뉴욕 퀸즈는? 과거 150년 동안 스타인웨이 사(社)는 뉴욕에서 (처음에는 맨해튼에서 그리고 지금은 퀸즈에서) 피아노를 생산해왔다. 트럭운전사 교육을 하는 페라리 운전학원에서 길을 따라 바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리는 헨리 스타인웨이가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시조라고 알고 있다. 물론 피아노가 세상에 나온 것은 수세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처음에 피아노들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소리란 얄팍한 것이 영 빈약했다. 강한 울림을 가지도록 단단하게 감은 피아노 줄들의 팽팽한 힘을 견뎌낼 재간이 있는 나무 상자가 없었던 탓이다. 스타인웨이 D 모델의 내부에는 거대한 수주물(手鑄物)의 철제 틀과 하프가 있고 이 하프를 가로질러 243개의 팽팽한 강철 현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담금질된 강철 현들로 35t의 팽팽한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락방과 지하실 사이에 이 강철 현들을 붙들어 매고 젓가락 행진곡을 우렁차게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조율해 놓는다면 방 3개 짜리 집 정도는 뜯겨 나갈 정도의 힘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100년 전에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만들던 직원들을 부활시켜 지하철 타는 방법을 알려준 다음에 곧장 출근하게 해서 작업에 투입시켜야 할 걸로 여겨질 만큼 생산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스타인웨이는 더 이상의 생산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1년 생산량은 5천대 미만이지만(그 가운데 2천대는 독일 함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한다), 그 이상을 생산할 계획은 없다.

“현대적 장비를 도입하는 경우 우리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품질 수준에 초점을 맞추도록 아주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스타인웨이의 품질 담당 로버트 버거 이사의 말이다. 공장의 한쪽 모퉁이에서는 어깨가 떡 벌어진 장정들이 돌같이 단단한 17겹의 6.5m 길이의 돌처럼 단단한 단풍나무 널빤지를 거대한 지그에 물어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지그는 스타인웨이 가(家)의 한 아들이 발명한 것으로 120년 된 것이다. 이들은 거대한 쇠작대기, 공기압축식 렌치, 묵직한 망치, 두터운 걸쇠띠를 가지고 D 모델의 꾸불꾸불하고 음향 효과상 결정적인 한겹짜리 림(rim)을 만든다. 그 바로 곁에서는 수치제어로 작동되는 쇼다 홈대패가 각설탕 크기의 부위들을 하나씩 만들어내고 있다. 하나하나 열 두어 차례 씩 깎아내야 한다.

금속을 다듬는 공정에서는 0.025mm 오차의 정밀도라는 것이 별게 아니지만, 나무를 깎는 공정에선 대단한 일이다. 일부 부위에 사용되는 가문비나무는 항공기에 사용하는 것보다도 한 급 위의 자재다 (이 희귀한 알래스카산 가문비나무는 지금도 경비행기의 주요 구조부품으로 쓰이고 있다).



필자의 형인 를랑은 첨단 통계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로서 스타인웨이 D 모델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마추어가 취미 활동에 쓰려고 D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경주용 쟌 포스 퍼니 카를 몰고 직장에 출근하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의 형이 자기의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말고도 기계의 성능과 그 구조를 끔찍이도 아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형 를랑은 새 기계를 구입했다. 오래 되어 중후한 맛이 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과 딘 마틴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좋지만 피아노의 경우에는 오래된 것이 꼭 감칠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를 정말 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손가락을 처음 대어보는 새 것을 사고 싶은 게 정상이지.”형 를랑이 말을 덧붙인다. “매일 치면 20 내지 30년 만에 피아노는 고물이 돼. D 모델 같은 것을 집에 사다 놓고 칠 정도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친다고 봐야지. 액션 부위, 피아노 줄, 공명판을 갈고 다시 만들어도 돼. 스타인웨이에서는 그런 작업을 해주지. 하지만 진짜 피아노 전문가라면 선택이 가능한 경우 절대 헌 것을 가지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아.”

필자의 형은 그 스타이웨이 D 모델만큼이나 보기 드문 M-엔진을 장착한 BMW 735 트랙차를 만드는 과정을 감독했을 정도로 손재주가 있다. 덕택에 자신의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의 액션 부위- 암(arm), 레버, 축, 해머, 잭, 키의 시스템, 5,100개 이상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목재, 펠트, 가죽, 강철, 청동 합금, 페놀 부품들로 구성돼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의 섬세한 움직임에 관하여 훤히 알고 있다. 형이 말하길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고 모두 다 이 기계들의 복잡성을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문 피아노 연주자 중에도 피아노가 어떻게 해서 그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피아노를 그저 소리를 내는 도구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거지. 경주용 차를 모는 사람이 캠버나, 스프링 고정 장치, 타이어압 같은 것을 훤히 알고 정비팀에게 자기 차의 문제가 뭔지 정확히 지적하면서도 스스로 차의 어느 부위를 손 봐야 할 지에 관해 모르는 경우나 비슷한 거야.”
고성능 차와 마찬가지로 D 모델 스타인웨이는 꼼꼼히 정비를 해야 한다. “첫 1년 동안에는 조율을 한 네 차례 해야 해. 그 후에는 1년에 두 차례.” 를랑 형이 말한다 (스타인웨이는 더 까다롭다. 늘 1년에 네 차례씩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율이라는 건 소리굽쇠 소리를 잘 들어보며 피아노 줄이 팽팽한지 살피는 그런 게 아냐. 조율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야. 1초에 일곱 박자, 여덟 박자, 아홉 박자 사이의 차이를 잡아내야 하지. 그리고는 어느 간격에서 어느 박자가 생기는지 알아야 해.”

이것이 피아노 중에선 최고 좋은 기계일까? 어느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회사도 스타인웨이가 시장에서 누리는 압도적 인기와 권위를 누리지는 못한다. 저명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노 독주자라면 아마 99%가 스타인웨이의 힘을 선택할 것이다.
를랑 형이 껄껄 웃으며 말한다. “넌 포르셰가 있고, 난 스타인웨이가 있으니 우린 막상막하구나.” 그 비유가 적절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가격이 8만 7천 달러 하는 형의 스타인웨이는 옵션이 많이 붙은 911 카레라 포르셰 값에 필적하기 때문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