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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아포피스는 지구와 충돌할까?

소행성 충돌로 인한 인류 문명의 종말은 지나친 우려일까. 최근 아포피스의 지구 충돌 가능성이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름이 210~330m인 아포피스는 2029년과 2036년 지구와 근접하거나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구에 미칠 충격에 대해서는 관측이 분분하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바다에 떨어질 경우 인근 지역에 쓰나미를 발생시킬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육지에 떨어진다고 해도 지구가 결정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 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에 떨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충돌 때 발생하는 먼지구름도 지구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아포피스가 다가오기 전에 파괴하거나 궤도를 수정하는 등 전 지구적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까지 지구의 지배자는 공룡이었다. 공룡은 육상뿐만 아니라 하늘, 바다 까지 지배하는 제왕이었던 것. 하지만 이들 공룡은 한 순간에 멸종해 버렸고, 지금은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뼈 화석만 남겨 놓고 있다.

공룡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급격한 기후변화, 활발한 화산활동, 그리고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먹어버려 도태됐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의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종설이다.

이 가설은 BC 6,500만년을 전후한 백악기 말기에 지름 10km의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름 100km, 깊이 40km에 달하는 운석 분화구가 생겼다는 게 주요 골자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대폭발과 함께 엄청난 먼지구름을 발생시켜 1차적인 생태계 파괴가 이루어졌고, 뒤이어 2차적인 생태계 파괴가 진행 됐다는 것. 2차적 생태계 파괴는 먼지구름이 수년 이 상 지속되며 햇빛을 차단해 나타난 현상을 말한다.

햇빛의 차단은 기온의 급강하와 더불어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식물의 멸종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식물을 먹이로 삼았던 초식공룡, 그 초식공룡을 먹이로 삼았던 육식공룡 순으로 멸종하게 됐다는 것 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낸 인간은 소행성 충돌로부터 안전할까.

소행성의 크기와 구 성성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공룡을 멸종시켰던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인간도 절대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공룡이 멸종했던 길을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행성 충돌로부터 인류 문명을 구하는 길은 무엇일까. 아마도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을 미리 찾아내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소행성 아포피스

현재 인류 문명을 위협하며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 는 소행성은 아포피스(Apophis)다. 아포피스는 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와 약 3만6,000km 거리까지 근 접한 후 2036년 4월13일에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6월 미국의 로이 터커, 데이비드 톨런, 그리고 패브리조 버나디 가 발견했다. 당시 아포피스의 지름은 약 390m로 추정됐고, 그 해 에 발견된 소행성 순서에 따라 ‘2004 MN4’라는 임시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지난 2005년 6월에는 궤도가 확인된 천체 들에게 부여되는 일련번호가 매겨졌다. 바로 ‘99942 번’이다. 7월에는 이집트 신화속의 태양신 라(La)를 삼키는 거대한 뱀의 이름을 따 아포피스로 명명됐다. 뱀으로 묘사된 파괴의 신 아펩(Apep)의 그리스어 표기가 바로 아포피스다.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된 아포피스는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2.7%에 불과한 토리노 스케일 2단계의 소행성에 불과하지만 이 지수가 만들어진 후 2단계로 분류된 것은 아포피스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신화 속 파괴의 신 이름을 딴 아포피스의 정확한 명칭은 ‘99942 아포피스 2004 MN4’라고 할 수 있다. 6~7년을 주기로 태양계를 돌고 있는 아포피스는 발견 당시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험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토리노 스케일 (Torino Scale)의 2단계로 분류됐으며, 2029년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은 2.7%로 추정됐다.

토리노 스케일은 1994년 미국의 리처드 빈젤 교수 가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리히터 진도에 착안해 만든 것으로 토리노 충돌척도(TIS)로도 불린다. 토리노 스케일은 0에서 10까지 총 11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2단계는 ‘다소 근접하지만 특별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다소 주의 깊게 관측해야 하는 정도의 소행성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토리노 스케일이 만들어진 이후 2단계로 분류된 것은 아포피스가 처음이다.

즉 아포피스는 발견 당시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큰 소행성으로 주목받아온 것이다.

아포피스 보고서

이 같은 아포피스의 위험성 때문에 미 항공우주국 (NASA)은 지난 2007년 태양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연구그룹을 통해 아포피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포피스가 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지름이 210~330m인 아포피스는 지구 상공 2만9,470km까 지 근접해 대서양 상공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는 것. 물론 육안으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2036년 4월 13일의 상황. NASA가 아포피 스의 궤도를 계산하는 토대로 사용한 표준동적모델 (Standard Dynamical Model)에 따르면 2029년의 궤 도 예측은 상당히 정확한 반면 2036년의 궤도 예측은 불명확하다.

이는 아포피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이 소행성에 대한 궤도 관측 기간이 짧았고, 다른 천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궤도 변화가 발생할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아포피스는 2011년까지는 대형 광학천체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할 수 있으며, 2013년까지는 지구근접물체탐지 레이더를 이용해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2036년에는 아포피스가 어떤 궤도를 타고 지구를 향해 다가올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보고서는 아포피스가 2036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4만5,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독일의 13세 소년이 NASA의 확률 계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NASA는 이를 받아들여 충돌 가능성을 450분의 1로 바꿨다.

다소 근접하지만 특별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라는 위험 경고는 오히려 낙관적인 셈이다.

정지궤도 위성과의 충돌



독일의 13세 소년이 지적한 변수는 지구 상공 3만 6,000km의 정지궤도를 돌고 있는 약 1,147개의 위성. 현재 지구 상공에 떠 있는 4만여 개의 각종 인공위성 대부분은 400~2,000km의 저궤도를 돌고 있다.

이들 저궤도 인공위성은 대기권과 가깝기 때문에 공기마찰이 크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상승 추진력이 필요해 크기를 최소화한다. 실제 360km 상공의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특수 목적의 군사용 위성을 제외하면 이들의 무게는 1~2톤 내외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미국이 고장을 일으킨 군사용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한 사례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USA-193’으로 알려진 이 첩보위성은 당초 무게가 9톤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지난 2006년 12월 발사된 ‘NROL-21’ 위성으로 무게는 약 2.2톤에 불과하다.

반면 3만6,000km 상공의 정지궤도는 대기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 대형 인공위성들이 발사되며, 무게는 최소 2.5톤에서 최고 10톤에 달한다. 아포피스의 지구 접근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바로 이들 정지궤도 위성과의 충돌이다.

NASA가 2029년 아포피스 접근 궤도를 예측한 표준 동적 모델에서는 태양, 지구, 달, 그리고 아포피스의 궤도 주변을 지나는 3개의 소행성 간 인력이 고려됐다. 하지만 이들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고려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포피스의 경우 지름이 210~330m인 비교적 작 은 소행성이기 때문에 정지궤도 상의 대형 인공위성 과 충돌하면 궤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NASA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아포피스의 지구충돌 가능성을 4만 5,000분의 1로 예측했지만 지구궤도에 떠있는 인공위성과의 충돌위험을 고려해 450분의 1로 수치를 수정했다.

태양풍의 영향도 변수

또 다른 변수는 아포피스가 받게 되는 태양풍의 영향 이다. 지구와 같이 큰 규모의 중력장과 대기권, 그리 고 자기장이 있는 행성의 경우 태양풍으로 인해 궤도 가 변경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아포피스와 같은 작은 소행성은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면 궤도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아포피스의 주요 구성성분이 철과 이리듐 320이기 때문에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의 영향으로 내부구조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아포피스는 오는 2036년은 물론 2029년에도 태양풍에 의한 궤도 변화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아포피스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지구와 충돌하더라도 지구가 파괴되는 파국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지구와 충돌하기 전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바다에 떨어질 경우 인접 지역에 쓰나미를 발생시킬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육상에 떨어진다고 해도 지구가 쪼개질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해당지역에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정도라는 게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수천 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에 아포피스가 떨어질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여기서 발생되는 엄청난 양의 먼지구름은 지구환경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솔라 세일의 활용

NASA는 아포피스와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핵미사일이나 핵폭탄을 이용하는 방법에 부정적이다. 그보다는 새로운 우주여행 동력원으로 예상되는 솔라 세일(solar sails)을 이용, 아포피스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솔라 세일은 탄소섬유 등 가볍고 단단한 구조의 거대한 돛을 달고 불어오는 태양풍을 받아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개념의 신기술이다. NASA가 이 같은 방법은 제안한 것은 핵미사일이나 핵폭탄을 사용했을때의 위험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에서도 이 같은 대목을 읽을 수 있다. 아포피스가 발견되기 훨씬 전인 1998년 할리우드에서는 소행성 충돌을 다룬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라 는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처리한다는 스토리는 유사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아마겟돈의 경우 주인공의 영웅적 행동으로 소행성을 깨끗이 날려버리고 지구를 지켜낸다. 반면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소행성을 날려버리는데 실패한다.

단지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것에 그쳤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파괴 임무에 나섰던 우주비행 사들의 영웅적 행동으로 큰 덩어리의 소행성은 파괴 되고 작은 조각의 소행성만 지구에 떨어진다.

다행히 지구가 파괴되는 위기는 피했지만 나머지 작은 조각조차도 지구에는 엄청난 파괴를 불러일으킨다. 상당수 과학자는 만일 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돌진 한다면 딥 임팩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오기 전에 우주선을 보내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꿔버리는 방법을 최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핵미사일이나 핵폭탄을 이용하는 방법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NASA는 아포피스의 지구 충돌을 막기 위해 핵미사일을 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우주여행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솔라 세일’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 지구적 준비 시급

NASA의 예측처럼 2029년 아포피스가 지구를 비켜가고, 다시 돌아오는 2036년 이전에 아포피스의 방향을 보다 안전하게 돌려놓는 방법이 강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초 유엔(UN) 산하 지구접근물체연구 그룹 의장인 리처드 크라우서 박사는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파괴하거나 최소한 진로를 바꾸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크라우서 박사는 우주개발협회(ASE)가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 요격 방안을 전 지구적으로 시급히 승인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을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을 했으며, 아포피스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유엔은 올 2월 이 같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NASA의 보고서는 2029년 아포피스의 지구 근접이 800년 만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한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포피스를 비롯한 소행성의 위협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전 지구적인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다.

달에 유인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화성과 목성을 탐사하는 수준의 인류 문명이 BC 6,500만 년 전의 공룡 신세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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