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외부 충격을 통해 소행성의 궤도가 바뀔 수 있다면 혹시 소행성이 달에 충돌할 경우에도 달의 궤도가 변경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로 인해 달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 하와이대학의 천문학자 개리스 윈 윌리엄스 박사는 "달에 소행성이 충돌하더라도 크레이터를 하나 더 만들 뿐 궤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텍사스 소재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의 행성과학자인 클라크 채프먼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달의 궤도를 바꿔 지구에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을 가하려면 최소한 소행성의 크기가 달과 유사해야 한다" 며 "이 때에는 궤도 변경이 아니라 달 자체가 소멸되어 버릴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달보다 크고 밀도가 높은 소행성이라면 달은 당연히 골프채에 얻어맞은 계란처럼 산산조각이 난다. 결국 현실적으로 달이 소행성과 충돌에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혹시 달과 소행성이 충돌할 때 2개의 당구공이 부딪치듯 양쪽 모두 부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근접물체(NEO) 중 직경이 100㎞가 넘는 소행성이 없어 달을 궤도 이탈시킬 정도의 충격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존재가 확인된 가장 거대한 소행성인 세레스(Ceres)라도 마찬가지다. 화성과 목성 사이를 4.6년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 세레스는 직경이 913㎞나 되며 우리나라의 7배에 이르는 덩치를 자랑하지만 이것이 달과 충돌해도 달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윌리엄스 박사는 이를 '4살 먹은 아이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 소속된 최전방 라인맨을 밀어서 쓰러뜨리는 시도'라고 비유한다. 달은 지구 주위를 초속 1,000㎞라는 엄청난 속도로 공전하고 있는데 이 힘은 소행성의 충돌 충격을 압도하고 원래의 궤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달을 지구로 떨어지게 만들 유일한 길은 달과 크기와 밀도가 유사한 물체가 달의 공전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달에 정면충돌하는 것뿐이다. 이 충격에 달이 부서지지 않고 견딘다면 정상궤도를 이탈, 지구로 떨어질 수 있다.
만의 하나라도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인류는 종말의 위협을 받게 된다. 설령 달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에 멈춰 서더라도 전 지구적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절반만 가까워져도 달의 강해진 인력에 의해 조수간만의 차이가 지금의 8배로 커지게 되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바다에 인접한 수많은 도시들은 속절없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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