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음료나 음식이 정말로 두뇌를 냉각시킬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차가운 밀크셰이크를 자주 먹을 경우 장기적으로 뇌손상을 입게 되지는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연구한 논문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밀크셰이크를 급하게 먹는다고 해서 뇌의 온도가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미국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 안과·이비인후과병원의 부비강(두개골 속 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멍) 외과 전문의 스테이스 그레이 박사도 아이스크림 두통과 같은 일시적 통증은 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밀크셰이크를 마시면 부비강 내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이마 근처의 비강 속 혈관들이 수축, 편두통과 유사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학설은 밀크셰이크가 입 안의 3차 신경들을 자극, 얼굴의 감각과 관련된 신경에 통증을 일으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아직 이런 통증에 대해 미 국립보건원(NIH)이 연구자금을 지원한 적이 없어 이 가설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실험은 누구도 해보지 못했다. 그레이 박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사해 신경을 차단한 후 입 안을 차갑게 했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면 아이스크림 두통은 순환기 관련 증상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차가운 음료수가 뇌의 온도를 일시적으로나마 단 몇 도라도 낮출 수 있다면 이는 의학적으로 엄청난 발견이 될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의 라파엘 타마고 박사를 포함한 신경외과 의사들은 두뇌가 가장 편안해하는 온도인 37~38도℃에서 17.7℃로 뇌의 온도를 낮추는 시술을 자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파엘 박사는 "동맥류 등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수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뇌를 냉각시켜서 이 영역으로 피가 순환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뇌를 20℃로 냉각시키면 뇌의 신진대사와 전기적 활동이 정상 상태의 15%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수술을 하기에는 17.7℃가 최적의 온도다. 특히 타마고 박사는 "환자가 마취되지 않더라도 뇌의 온도를 낮추면 감각을 느낄 수 없고 반응도 할 수 없는 비(非)상호작용 상태가 된다"며 "수술 후 뇌의 온도를 다시 높여주면 뇌는 원래상태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뇌의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해로운 점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즉 뇌가 얼어붙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밀크셰이크를 마셔도 된다. 약간의 통증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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