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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시황제의 중국몽에 시름하는 지구촌… 한국의 운명은

개혁개방 40주년… '짝퉁 천국'서 첨단기술도 선두

이면엔 기술탈취·먹튀 문제에 '부채외교' 논란까지

'차이나 머니' 끌어썼다 중국 군사기지 들어서기도

한국에도 경제력 지렛대로 정치·외교적 줄서기 강요

전세계에 중국 경계령이 내려진 이유는?






요즘 중국 기업들 기세가 참 무섭죠. ‘세계 1위’ 자리를 야금야금 먹고 있거든요.

이젠 전 세계가 중국을 경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을 뛰어넘는 최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 상품·서비스 71개 분야의 나라별 ‘세계 1위’ 점유율을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올해 냉장고, 세탁기, 이동통신 인프라 등 9개 분야에서 점유율 1위로, 7개인 한국을 제쳤습니다. 1년 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7개 분야 1위로 나란히 3위에 올랐었는데, 1년 사이 중국은 한 단계 올라섰고 한국만 후퇴한 거죠.

중국의 이 같은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중국 산업스파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만 한 해 평균 40여 건의 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다고 하죠. 대부분은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사건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산업 핵심 업종에 근무한 직원을 연봉 2배, 주거비, 자동차, 항공권, 전문 통역인까지 지원하며 데려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달 7일에는 전직 애플 엔지니어가 자율주행차 관련 영업기밀을 몰래 빼돌려 중국 자동차업체로 이직하려다 출국 직전 FBI에 체포되기도 했죠. 중국으로선 수천억대 가치를 지닌 기술과 지식을 통째로 얻을 수 있기에 손해가 전혀 아닐 겁니다. 국제사회의 숱한 비난에도 산업스파이 활동이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


중국 선전 경제특구에 위치한 IT 및 첨단 산업의 본사 건물이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불이 켜져있다. /선전=이호재기자


중국은 기업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주로 초기 테크 기업들을 노리는데, 이들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핵심 기술 공개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해놓고 영업기밀과 특허기술만 쏙 탈취해가는 기술 먹튀 문제도 심각하죠.

짝퉁과 위조 상품으로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많습니다. 한국, 미국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의 이름과 로고, 제품 디자인이 아주 흡사한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알리바바 쇼핑몰 등에서 지난 한 해 적발된 위조상품만 2만 302개, 올 상반기에만 6,300개라고 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규칙을 어기는 중국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중국은 2009년 GDP 기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명실상부 미국과 대적할 만한 ‘G2’ 국가로 자리매김 했죠. 이제 중국은 모방과 짝퉁의 나라에서 혁신과 창조의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우주산업, 바이오, 친환경자동차, 드론 등 미래 기술은 이미 중국이 앞에서 이끌고 있습니다.

그 토대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에 있는데요. 중국은 2015년부터 반도체, IT, 로봇, 항공우주, 친환경자동차 등 10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또 터졌죠. 중국 정부가 해당 기업들에 어마어마한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진짜 싼값에 좋은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고객들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했죠. 중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으니까요.

‘중국제조 2025’는 2025년 안에 중국을 첨단 산업으로 고도화시켜 세계 경제 패권을 가져가겠단 중국의 전략입니다. 20년 안에는 미국을 따라잡겠단 포부까지 드러냈죠. 중국 정부의 집중 투자와 비호 아래 하나 둘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글로벌 10대 IT 기업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젠 애플, 아마존, 구글 등과 경쟁을 하는 셈이죠.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와 10개 집중 육성분야.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 아프리카 53개국 대표 지도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의 꿈은 본격적으로 힘자랑에 나섰습니다. 과거 주변국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며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위대한 중화민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것이죠.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이른바 ‘중국몽’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라고 부르는 거대 물류 인프라 사업을 펴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육로와 바닷길로 잇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중국은 막대한 돈을 투입해 세계 곳곳에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 부족에 허덕이는 국가들에게 말이죠.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는 항구를, 캄보디아와 몽골에는 발전소와 고속도로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는 도로와 철로를 건설했습니다. 미국의 개발원조 전문 싱크 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지금까지 68개국에 8조 달러 이상 투입이 됐다고 합니다.

이들 중 23개국은 건설자금 80% 이상을 중국에 빚 진 상태입니다. 돈을 갚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죠. 중국은 이를 빌미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바누아투는 GDP의 35%를 중국 자금으로 끌어썼다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서게 됐고, 스리랑카는 항구 수익을 무려 99년 동안 중국에 갖다 바쳐야 한다죠. 캄보디아에선 친중국 인사가 정치권을 장악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아예 중국 위안화를 법정통화로 지정하기도 했죠.

이런 걸 ‘부채 외교’라고 부릅니다. 돈을 빌려준 뒤 세계 곳곳에 ‘자기 편’을 만드는 전략이죠. 이제 이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 국가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일부 국가에선 뒤늦게 사업성과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곤 하는데,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죠?

이제 중국은 노골적으로 힘자랑에 나서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사이에 있는 350만㎢의 ‘남중국해’ 사태가 대표적이죠. 세계 두 번째로 큰 해역인 이곳은 수많은 해양 생물과 어마어마한 석유, 천연 가스 등이 매장된 곳입니다.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큰 곳입니다.

2013년 중국은 남중국해에 있는 암초 7개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인공섬 3곳에 중국 최신예 미사일을 배치해 논란이 됐죠. 최근에는 이곳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정기 합동군사훈련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 외엔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 누가 봐도 미국을 염두에 둔 겁니다.

미국도 가만히 있진 않습니다. 인도·대만·일본·호주 등 나라와 동맹 관계를 키워나가며 동아시아 세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최근 미-중 간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의 관세 폭탄은 대부분 ‘중국제조 2025’ 관련 제품들을 정조준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조만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압박을 더할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가 점점 커지면서 결국 ‘중국제조 2025’나 ‘일대일로’ 같은 거대한 꿈들도 하나 둘 제동이 걸리고 있죠.

한국 전체 수출 대비 대중국 비중 추이.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추이.


이쯤에서 한국 상황을 좀 볼까요. 한국 전체 수출의 26.7%(미국 11.5%, 유럽 1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죠.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7년 한국의 전체 경상수지 흑자 가운데 47%는 중국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처럼 중국 경제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나 떨어진다고 하네요. 동남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이란 존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두 고래가 싸우면서 한국은 새우등 신세가 됐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산 TV나 컴퓨터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가 타격을 받게 되는 식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정치 외교적으로 자기편을 들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 한국의 고민거립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치와 외교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쳐왔거든요. 지난해 ‘사드 보복’에서 보듯 힘이 커진 중국은 이를 거부합니다. 북한을 빌미로 한반도 내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하면서 외교는 왜 미국 편을 드느냐’는 겁니다.

중국이 힘을 잃으면 한국은 경제적 타격을 입고, 중국 힘이 세지면 정치 외교적으로 불안해지니 한국은 어느 쪽이든 편할 날이 없네요. 과연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지 않으면서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을까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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