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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톺아보기]영실업, 완구 제작보단 유통에 집중...실적만 화려한 '속빈강정'

■3년새 몸값 2배 뛴 영실업의 그늘

사모펀드 PAG, 2015년 인수후

완구 '베이블레이드' 독점유통 등

IP 사업 외면한채 단기이익 추구

매출 3년만에 2배이상 뛰었지만

"실적개선 거의 끝물 왔다" 판단

이달 5,000억 고가에 매각 나서

지난해 10월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자신의 영실업 지분 100%를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PAG는 2015년 4월 헤드랜드캐피탈로부터 2,200억원에 영실업을 인수한 이후 3년 만에 2,8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PAG는 이번 달 중에 영실업 매각 본입찰을 시작한다.

◇자체 콘텐츠로 부활한 ‘2기 영실업’=영실업은 1980년 계몽사 창업주인 고(故) 김원대 회장의 첫째 사위인 김상희 전 대표가 창립한 완구회사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모회사인 계몽사의 부채를 떠안게 되자, 700명에 달하던 직원을 50명까지 줄이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이후 영실업은 해외 완구 유통으로 사업을 전환했지만,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하다 보니 해외 완구 업체의 ‘을’로 시달려야 했다. 한찬희 전 영실업 대표는 2015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진율이 1%로 고정돼 있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끼워팔기’로 살아남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영실업을 재창업하며, 애니메이션부터 완구까지 사전에 기획해 자체 지식재산권(IP) 제품을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출시된 ‘변신자동차 또봇 시리즈’는 인기몰이를 하며 영실업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지난 2008년 재창업 당시 145억원에 머물러 있던 매출은 2014년 1,117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유통’ 쏠림 전략, 과연 그 결과는?=‘자체 IP 집중’ 전략은 2015년 PAG가 영실업을 인수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계기는 2015년 실적이었다. 당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71억원, 64억원을 기록하면서 2014년에 비해 31%와 75%씩 떨어졌다. 손오공의 ‘터닝메카드’에 밀렸기 때문. 여기에다 전략 제품 ‘바이클론즈’가 대량 반품되는 악재까지 겹치며 영실업은 2016년 대표를 전격 교체(한찬희→ 전인천)했다. 당시 영실업이 찾아낸 타개책이 바로 베이블레이드 유통이었다. 영실업은 2016년 3월 일본 완구업체 타카라토미·디라이츠와 업무협약을 맺고 3년 6개월 동안 ‘베이블레이드 버스트’의 애니메이션·완구를 국내에서 총판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베이블레이드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영실업은 2016년 매출액 1,030억원을 찍으며 반등에 성공했고, 2017년엔 1,564억원의 매출을 내며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매출 구조를 뜯어보면 베이블레이드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된다. 영실업의 2015년도 상품매출은 20억원에 불과했지만, 베이블레이드를 유통하기 시작한 2016년엔 170억원으로 상승했으며, 급기야 2017년엔 724억원까지 급증했다. 상품매출이란 회사가 다른 회사의 상품을 매입해 마진을 붙여 판매할 때 벌어들이는 수익, 즉 유통 수익을 뜻한다. ‘또봇’처럼 회사가 직접 제조한 물건으로 벌어들이는 것은 ‘제품매출’로 구분한다. 특이한 점은 PAG가 영실업의 주인이 된 2015년 이전까진 상품매출이 20억원 미만에 그쳤지만 2015년 이후 제품 매출은 정체 상태에 그쳤고, 대신 ‘베이블레이드’ 위주의 유통 전략으로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자체 IP 제작은 등한시=애초에 PAG가 자체 IP 사업을 키우는 데에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영실업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업체 레트로봇 투자를 끊었던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레트로봇은 인기 캐릭터 애니메이션 ‘또봇’은 물론 2014년 ‘바이클론즈’ 제작도 맡았다. 하지만 2015년 ‘또봇’과 ‘바이클론즈’ 판매가 부진하자 영실업은 이듬해 제작 투자를 멈추고, ‘애슬론 또봇’ 애니메이션 제작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레트로봇은 시즌 20을 앞두고 있던 또봇을 조기 종영하고, 세계관과 설정·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애슬론 또봇’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2017년에는 그마저도 중단되고, 레트로봇이 아닌 스튜디오 버튼이라는 다른 제작사에 ‘또봇V’ 애니메이션 제작을 주문했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영실업이 자체 IP 사업과 연관된 애니메이션 사업을 단지 ‘완구를 광고할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콘텐츠 본질에 집중했던 초창기 전략을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다 PAG의 영실업 인수를 기점으로 자체 IP 사업 투자가 위축되자 콘텐츠 기획 파트의 직원들이 영실업을 떠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AG로 주인이 바뀌면서 임직원 중에 (달라진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나간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베이블레이드’ 중심의 영실업 매출 전략이 올해도 통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이 역시 불투명하다고 진단한다. 일단 타카라토미·디라이츠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이 오는 9월로 종료되면서 최악의 경우 ‘베이블레이드’ 유통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다 시즌 유행에 민감한 완구 특성상 지난 3년간 인기를 끌어온 베이블레이드의 ‘유행’이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PAG가 베이블레이드의 ‘끝물’을 보고 매각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완구는 유행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이 나는 만큼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다면 베이블레이드가 이전과 같은 흥행을 이끌긴 힘들 것”이라며 “PAG 입장에선 지금 영실업을 파는 게 차익을 남기기 적절한 타이밍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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