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수소연료전지 업체의 전해질막 국내 생산공장 건설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연료전지 핵심소재의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해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에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수소연료전지 업체와 국내에 전해질막 생산 공장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신설을 타진하는 업체는 고어사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벨리 투자유치활동 중 고어측과 만난 뒤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수소차 관련 글로벌 소재기업이 국내 생산시설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해질막은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 수소차에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스택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전해질막이다. 이 전해질막을 만드는 원천 소재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가 고어다. 현대자동차 역시 고어가 만드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고어의 전해질막 생산 공장이 일본에 위치한 터라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수급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전해질막 등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수출을 추가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소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한다고 하지만 나머지 1%에 포함되는 게 바로 전해질막”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고어와 비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급 우려를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정부는 미국 듀폰의 국내 투자를 유치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포토레지스트 공급선을 다변화한 바 있다. 고어 역시 현대차라는 안정적 수요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 최종 결정되면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수출 규제를 이어갈수록 일본 기업과의 거래가 줄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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