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핵심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 교체를 앞두고 5년 내 기업공개(IPO) 불발 시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오랜 기간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온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을 포함해 다른 소수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를 돕는 한편 새롭게 합류하는 VIG파트너스·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의 ‘엑시트 플랜’까지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골드만 컨소는 카카오·TPG 측과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40% 이상에 대한 막바지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TPG(28%)와 칼라일(6.17%)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물론 카카오(57.2%)가 보유한 지분 중 일부를 추가로 취득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계약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외부에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LG(2.46%), GS(2%), 구글(1.5%) 등 소수주주에 부여된 태그얼롱(tag along·동반매도권) 옵션이 발동된다”며 “VIG는 카카오 측 지분을 일부 취득하면 다른 주주들과 일일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도 총 40%대 지분을 편하게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 과정의 남은 핵심은 카카오가 VIG 컨소의 향후 투자금 회수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카카오와 VIG 컨소 간 주주 간 계약서 작성이 막판 쟁점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 간 계약에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5년 내 상장을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시 VIG 컨소에 드래그 얼롱(drag along·동반매도요구권) 옵션을 부여해 자사 지분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5년 내 카카오모빌리티의 IPO가 불발되면 카카오가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금 회수 계획이 중요한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을 확보할 시 보다 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투자자 측의 한 관계자는 “(새 2대주주 후보의)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투자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2017년 TPG를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로 유치하면서 2022년까지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그룹의 중복 상장 이슈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IPO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FI들과의 상장 약속을 못 지킨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협상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현재 TPG 측에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2대 주주 교체와 맞물려 카카오가 경영권 포기까지 가능한 옵션을 주주 간 계약에 넣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TPG가 확실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새 2대 주주 후보군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종 PEF인 VIG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면서 거래 성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6750억 원, 영업이익은 93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전년 대비 각각 12%, 140% 급증한 실적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공정위의 과징금 명령이 부당하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승소 판결을 내린 것도 회사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VIG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5조~6조 원으로 평가하면서 2조 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대부분 마친 상태다. 인수금융단으로 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키움증권 등이 합류한 가운데 중동계 무바달라 등 펀드 출자자 구성도 마무리 단계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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