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협은 다른 국가의 신협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폴 트라이낸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은 16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5 세계신협 컨퍼런스(WCUC)’ 도중 인터뷰를 갖고 “전 세계 신협 시스템 중 가장 규모가 큰 곳 중 하나가 한국신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라이낸 사무총장은 한국신협이 글로벌 협동조합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60년 출자금 3400환(약 10만 원)으로 시작한 한국신협은 한때 ‘최빈국 신협’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자산 규모 152조 원을 기록하며 미국(2959조 원), 캐나다(561조 원)에 이은 전 세계 3위 신협으로 올라섰다. 트라이낸 사무총장은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국은 ‘생존의 힘’을 가장 잘 아는 나라”라며 “2000년대 이후 가장 크게 성장하고 발전한 신협은 한국”이라고 했다.
한국신협은 WOCCU 이사국이자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라이낸 사무총장은 한국신협의 ‘캐리비안 지역 전자송금 시스템 구축’ 지원은 국제협력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신협은 2022년부터 캐리비안 지역 신협에 매년 10만 달러를 투입해 전자 이체 시스템 도입을 도왔다. 그는 “섬이 많은 캐리비안 지역 특성상 한 청년이 다른 섬에서 일자리를 얻어 본국의 부모에게 송금하려면 인출, 송금 과정에서 수표를 들고 신협을 직접 찾고 수수료도 여러 번 내야 했다”며 “한국신협의 지원으로 비효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협들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변화로는 ‘규제’를 지목했다. 그는 “올해 WCUC의 주제는 변화로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규제”라며 “WOCCU 내부에서도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이 ‘권익 옹호’에 집중하고 있고, 규제 환경을 분석하며 선제적 로비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례성의 원칙’이 규제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글로벌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를 소형 신협에 똑같이 적용하면 감당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일 선임된 트라이낸 사무총장은 임기 중 목표로 ‘청년층 활동 확대’를 내걸었다. 그는 “글로벌 신협들은 청년층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디지털화의 부족으로 젊은 세대가 (신협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이 신협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나아가 청년들의 커리어 터전이 될 수 있게 직장으로 매력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트라이낸 사무총장은 신협을 ‘성장의 과실을 서민 등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금융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중은행과 신협의 가장 큰 차이는 지배구조”라며 “대형은행은 주주를 위해 운영되지만 신협은 수익이 발생하면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어 “수익이 안 나면 철수하는 대형은행과 달리 신협은 지금도 여전히 문을 열며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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