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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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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100년전 쯤에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인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서문입니다. 루카치는 개인과 세계 간의 모순이 없었던 그리스·로마 시대와 달리 근대사회 이후 총체성을 상실한 개인이 이정표를 찾아가는 여행의 기록이 바로 소설이라는 뜻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방황하던 젊은이들은 이 글을 또 다른 의미로 해석했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이들은 좌표를 잃은 청춘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었고 나름대로의 별을 찾으려 했습니다. 아마 지금의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이들에게 인생의 항로를 알려주는 ‘별’이란 거창한 이념도, 역사속 위인도, 잘나가는 선배도 아니었습니다. 이들 대선 주자들은 자신의 인생이 녹아 있는, 남들에게는 사소한 물건에서 넘어졌을 때 다시 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 잘 쓰지는 않지만 이미 나의 일부를 지배해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을 ‘감정’ 물건이라고 합니다. 권모술수와 감언이설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대선주자들의 곁에 머물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때로는 용기를 주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타가 됐던 감정 물건은 무엇일까요.

심상정 후보가 직접 공개한 아들의 ‘카드 편지’와 그녀의 공약이 영상 속에 담겨있다(1’30”) /서울경제DB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영상]아들이 건넨 카드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심상정 편) /영상화면캡쳐


아들의 ‘카드 편지’, 워킹맘 정치인의 원동력이 되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대표의 감정 물건은 아들이 준 ‘카드 편지’다. 13년 전 초등학생 아들이 준 세 문장의 카드 편지는 지금의 ‘심상정’을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2004년 당시 심 후보는 민주 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진보 정당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유망 의원이었던 심 후보는 아들과 함께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심 후보는 평택의 한 빌라 반지하에서 살던 탓에 아들이 행여 그늘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시기, 아들에게서 한 장의 카드 편지를 받았다. 아들은 산타클로스 그림에 그려진 카드에 ‘어머니 아버지 이제부터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제가 나중에 커서 좋은 집 사드리겠습니다’란 문구를 적어 건넸다고 한다. 아들의 편지에 감동한 심상정 후보는 지금까지 꽃병과 함께 카드 편지를 책상 위에 진열해놨다. 심 후보는 이 편지를 볼 때마다 가족의 애틋함과 정치 입문 시기에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힘과 용기를 얻고 있다.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심상정 후보가 공개한 그의 감정 물건 ‘카드 편지’. 산타클로스 그림이 그러져 있는 작은 카드에는 그의 아들 우균 씨가 손글씨로 쓴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제공=심상정 캠프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꼽은 이 카드는 지금 그의 집 책상 위에 꽃과 함께 세워져있다. /사진제공=심상정 캠프


“너를 둘러싼 문제를 피하지 마! 그래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

심 후보는 1959년 파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해도 평범한 말괄량이 소녀였고 대학생활의 낭만에 대한 동경을 품고 서울대 역사교육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심 후보의 표현에 따르면 멋진 남자들을 쫓다 보니 영락없이 운동권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이후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가장 열성적으로 노동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대학 3학년 겨울방학에 구로공단 여공들의 삶을 체험하고자 공장에 들어간 심 후보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약자에 편에 서리라 다짐한다. 25년간의 노동운동과 ‘구로동맹파업’으로 9년간의 수배 생활로 얻게 된 강단과 생존력은 심후보에게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안겨 주었다.

구로동맹파업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을 받아 명예가 복권되고 심 후보는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초선 의원임에도 여야 모두에게 존경받는 국회의원이 될 만큼 활발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밀려 대선 출마 의지가 좌절되면서 여러 차례 정치적 위기를 맞이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다짐한 스스로에게 “너를 둘러싼 문제를 피하지 마! 그래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라는 그의 다짐은 늘 스스로를 곧추세우게 만들었다. 올해 제도권 정치 인생 14년째 맞아 심 후보는 5년 전과 달리 양보 없는 완주를 목표로 제19대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심상정편]반지하에서 받은 '카드 편지', 그녀의 중심이 되다
모든 일은 ‘튼튼한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시작하는 것

심 후보가 25년간의 노동운동과 14년간의 정치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그를 뒷바라지 해줬던 남편 이승배씨와 아들 이우균씨의 한결같은 지지가 한몫 했다. 심 후보는 이런 남편과 아들에게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전했다. 심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노동 시대’도 그가 겪은 고마운 마음에서 출발한 문구다. 심 후보가 이번에 내건 정책들도 그동안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꼈던 문제점들을 모아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단 의지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남편 이승배 씨는 과거 심 후보의 ‘슈퍼우먼 방지법’이 ‘정치인이자 엄마인 심상정의 눈물, 콧물이 담긴 공약’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슈퍼우먼 방지법은 “맞벌이 시대는 왔지만 맞돌봄 시대는 오지 않아 직장인 여성이 슈퍼우먼이 되길 강요받는 현실을 비판”하는 정책으로 “생애단계별 육아 정책 패키지(슈퍼우먼 방지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부 출산휴가 1개월 의무제’는 현행 90일인 출산 휴가를 120일로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로 확대하는 공약이다. 육아를 여성의 전유물로만 남기지 않고 아빠와 엄마 맞돌봄이 가능하도록 한다. 아이가 아동기일 때는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 근무시간과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포함하고 있다. 또 육아와 돌봄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정책 의지도 밝혔다.

“타인의 삶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느냐, 그것이 진보와 기득권 세력의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그 마음은 동정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고, 그것에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것, 그런 이해가 없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해 출마를 양보를 하면서 지지자를 대거 잃었던 심 후보. 이제는 그가 물러서면 안 될 만큼 그를 쫓는 팬들이 더 많아졌다. 과거 진보 정당 대표로서 외연 확장 취약이라는 평을 받았던 심 후보는 “촛불시민, 알바생, 워킹맘들이 나에게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19대 대선은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가족의 지지와 강인함으로 역경을 돌파해온 ‘심크러쉬’, 앞으로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수현기자·성윤지인턴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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